학원의 마법사가 타로 카페의 문을 두드렸다.
로빈은 가끔 학원에 특강을 나갔었다. 특강이라고 해봤자 천애를 지망하는 학생들에게 천애라는 기관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것 정도이지만. 천애라는 기관은 다른 기관에 비해서 폐쇄적이기 때문에 예언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 건지 궁금해하는 학생들도 많았었다. 로빈은 자신이 카드로 예언한다는 점이 이럴 때 마음에 들었다. 카드는 가장 보여주기 쉬운 예언 방식이니까. 그래서 기회가 있다면 놀러 오라고 학생들에게 인계 타로 카페의 주소를 알려주기도 했었는데, 오늘 찾아온 학생은 꽤 의외의 인물이었다.
언젠가 학원에 볼일이 있어서 갔다가 그 학생의 보호자들을 본 적이 있다. 보호자로 등록된 마법사는 한 명이고 나머지는 분과회원들인가 싶었는데, 아무튼 그래서 보호자 격으로 있는 마법사가 넷이나 되는 것이다. 네 마법사가 기관도 다 다른 것 같던데, 조언해 줄 사람도 많고 그러니 고민이 많이 되는 걸까?
그런데 이 학생의 대답은 그야말로 예상 밖이었다.
"누구말도 듣기 싫어!"
로빈이 웃으며 물었다.
"그건 무슨 말이에요?"
학원 마법사는 원탁 엽귀 아방궁 문호에 주변 마법사가 있으니, 그 네 기관을 뺀 천애의 마법사에게 어디로 가야할지 조언을 구하러 온 것 같았다.
그럴 때가 있지. 가까운 사람보다는 조금 먼 사람에게 상담받고 싶은 경우가. 타로를 보러 오는 많은 우자들도 그랬었고.
몇 가지 질문이 더 오고 가면서 로빈은 이건 조금 독특하고 재미있는 상담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천애가 볼 수 있는 건 얼마 없다. 그래서 로빈은 그 네 사람이 타토를 바라보는 어떤 한순간을 카드로 뽑아서 별자리를 관찰하듯 흐릿하게 엿볼 수밖에 없는데, 그 기껏 엿본 카드들에 해당되지 않는 조언을 학생이 해달라고 하는 것이다.
로빈이 뽑을 카드는 이렇게 6가지.
1. 타토가 이 사람에게 궁금한 것
2. 타토는 어떤 마법사인가
3. 타토가 잘하는 것 (장점)
4. 타토가 조심해야 할 것 (단점)
5. 타토가 이런 마법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6. 타토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
먼저, 사요라는 마법사의 카드.
타토에 관해 생각하는 이미지는 전체적으로 힘찬 이미지(완드)인데 반해, 바라는 이미지는 엄격하고(칼), 조언은 감정적(컵)으로 나왔다. 로빈은 사요라는 마법사가 아마 보호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펜타클 5 역방향. 상황이 곤란한 카드지만 역방향이라 도움의 이미지다. 어쩌면 타토가 이 사람에게 묻고 싶은 것은 '왜 자신을 도와주었나?'
완드 10 역방향. 그 마법사에게 타토는 무책임하게 도망가 버리는 이미지로 그려졌다. 눈을 뗄 수 없는 마법사.
완드 페이지와 완드 퀸 역방향. 타토가 잘 하는 것은 순수하게 나아가는 것, 반대로 단점은 고집스러운 것.
소드 6. 걱정을 많이 하긴 하지만 그 마법사는 타토가 점차 성장하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컵 킹 역방향. 그래서 아마도 사요라는 마법사가 해주고 싶은 조언은... 얕은꾀를 부리지 마라.
두 번째는 레위라는 마법사의 카드.
타토는 누구의 말도 듣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1번의 궁금한 점과 바라는 점, 조언 카드 등이 힘 있는 이미지인걸 보니 네 명 중에서는 가장 동경의 이미지, 올려다보는 느낌의 마법사이지 않을까, 하고 로빈은 생각했다.
나이트 컵. 동경과 소망의 카드. 보통 동경의 대상인 경우에는 지금 진로에 대한 계기나 이유를 궁금해하기도 한다. '왜 그 기관에 갔나' 라든지.
매달린 사람이라.. 반성하는 이미지? 또는 고민하는 이미지일까? 아니, 다른 쪽인 것 같다. 다른 카드들로 보건데 이 마법사는 타로를 작은 번데기 정도로 보고 있는게 아닌지 (웃음)
완드 에이스와 완드 4. 타토가 잘하는 것은 도전과 열정, 의욕이 넘치는 것. 단점은 장점과 같이 너무 들떠 있다는 것.
심판. 하지만 그럼에도 이 마법사는 타토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길 바라고 있다.
황제 역방향. 레위라는 마법사가 타토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힘이 곧 정의다. 응?
세번 째는 세르비라는 마법사의 카드.
카드가 전체적으로 역방향도 많고 복잡한 것이 아마 타토에게 있어서 현실적인 어른의 이미지가 아닐까? 누군지는 몰라도 타토가 실력 면에서 가장 인정하는 마법사일지도 모른다.
펜타클 에이스. 실력과 성공의 카드. 부나 명성. 비결에 관해서 묻고 싶어 할 수도 있겠다.
완드 3 역방향. 완드 2 역방향. 소드 킹 역방향. 이 사람은 타이밍과 기회를 중요하게 여기는 침착한 성격의 마법사인 것 같다. 전체적으로 타토에 대해 생각하는 이미지가 성급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이미지인 것 같은데, 그와 같은 이유로 또 타토를 좋게 봐주기도 하면서, 단점이라고 냉정하게 평가하기도 한다.
힘카드 역방향. 그와 같은 의미에서 타토에게 바라는 점이나 조언도 이런 타토에게 무턱대고 힘으로 나가기보단 도움을 요청하라든지, 이용할 것은 이용하라든지 현실적인 것들이다.
컵 페이지 역방향. 세르비라는 마법사가 타토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수용할 것은 수용하고, 너무 의존하지 말라.
마지막은 J라는 마법사의 카드.
카드가 전체적으로 후배를 보는 느낌을 풍긴다. 이 사람은 타토의 선배뻘 마법사구나, 하고 로빈은 생각했다.
소드 나이트. 타토는 이 마법사를 꽤 과감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그에 관해 묻고 싶은 걸 수도 있겠다. 아니면, ...서경의 이미지인가?
컵 에이스 역방향, 그리고 소드 퀸 역방향과 교황. 이 사람이 생각하는 타토는 희망에 넘치면서도 금방 실망하고 상처받는 이미지이다. 의지를 불태우고 나서는 것을 잘하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감정에 매몰되기도 쉬운 성격이라고 보고 있다. 그런데,
완드 9 역방향. 이 마법사는 타토가 상처를 받지 않도록 경고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해 대비하지 않고 그저 낙관적이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다.
소드 9 역방향. 재이라는 마법사가 타토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피하지말고 직면하라. 뼈아픈 조언같다.
카드 하나하나를 뽑을 때마다 호기심에 가득 찬 눈으로 집중하는 학생을 보면서 로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마법사들을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하나하나가 타토에게 좋은 조언이 되어줄 것 같은데 이대로 무시해 버릴 수는 없지.
그렇게 로빈은 이 네 마법사들이 지켜보는 학생이 스스로 답을 찾기를 바라면서 카드를 뽑았다.
뽑은 카드는 6개.
1. 자기소개
2. 지금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
3. 진정으로 바라는 것
4. 당신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장애물은 무엇인가
5. 현재의 당신을 만드는 데 있어서 여향을 가장 크게 받은 것
6. 당신은 미래에 어떤 길을 걸어갈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전부 정방향이 나왔다.
"귀신같이 생겼죠? 죽음 카드에요. 타토는 굉장히 미래 지향적인 마법사네요."
"우와"
죽음 카드는 육체에 연연하지 않고 그다음 단계의 탄생이나 변화를 나타내거든요. 그런 타토가 모든 상황을 살피고 빈틈없이 대비하고 싶은 건 당연해요. 로빈이 카드를 설명하기 시작하자 타토가 신이 나서 듣기 시작했다.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음 정의롭고 떳떳하게 마법을 사용하고 싶은 것이고…. 타토의 어깨가 으쓱하는 것을 보며 로빈은 웃었다. 2번 3번 카드를 보면 보호자 중에 원탁이 있는건지도 모른다.
방해되는 것은 시련과 불행, 뭐랄까 굉장히 정석적이다. 장애물 경기라고 생각해도 될 만큼. 슬프고 고통스러운 나날도 물론 있겠지만 그 모든 일들에도 다시 일어나 달려온 날들이 타토를 만든 모든 것들일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태양 카드를 보면... 로빈이 해줄 조언은 겨우 이것뿐이었다.
"카드는 지금까지 한 대로 하면 된다고 하네요."
"에엑- 그게 뭐야."
태양 카드는 정열적이고 순수하게 나아간다.
주변의 도움과 힘, 응원을 받으면서.
늘 낙관적이며 어려움을 극복할 각오도 있다.
미래에는 성장과 기쁨이 기다리고 있다.
"원래 타로로 하는 상담이라는 것이 결국은 마음 속에 있는 답을 찾기 위해 보는 거거든요~ 타토도 조언은 누구 말도 안 듣는다고 하지 않았어요?"
불만이던 표정이 그 말에 정곡을 찔린 듯 조금 풀어진다.
"제가 이렇게 말했을 때 바로 떠올랐던 게 답일 거예요, 타토."
"그, 그런가...?"
"나중에 진로를 정하게 되면 어떤 답을 내렸는지 알려주세요. 저도 궁금하네요~"
"...."
이번엔 조금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맨 처음 장난기가 담겼던 표정은 사라진지 오래.
분명 지금껏 겪어왔던 것이 있겠지. 1계제와 2계제의 마법사라면 한창 배울 시기겠지만, 3계제의 마법사라면 다른 마법사들이 과하게 이래라저래라 할 시기는 지났다. 세계와 마법을 보는 기준과 눈을 이미 가지고 있을테니.
딸랑~
인사하고 카페를 나가기까지 학원의 마법사는 한참 고민이 가득한 표정이었지만 아마도 금방 마음을 정할 것 같다고 로빈은 생각했다. 천애의 예감이었다.
그나저나 나중에 혹시나 천애를 나가게 된다면 학원에서 교사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학생들의 순수한 눈빛은 아주 반짝이는구나~ 라고 중얼거리면서….
우문님의 리퀘였던 진로고민하는 타토에게 타로카드로 상담해주는 형식의 글.. 이었습니다. 원하는게 맞았는지는 모르겠네요. ㅋㅋㅋ~ 하 정말 늦어서 ㅈㅅ합니다!!! 한번 연성이 늦으니까 계속 우선순위를 미루게 되네요..
타로를 봐준 마법사는 "모든 반짝이는 것들, 그리고 당신"이라는 타로카드를 쓰는 가내 천애 마법사.. 입니다. (모르는 마법사로 타로봐주기)
이 마법사를 아는 분들은 타토를 모를거라 정말 어느 쪽을 위한 연성인지 모르겠네요 (ㅈㄴ)
타토만 봐주기에는 너무 시시해서 고민을 좀 하다가 모르는 캐를 캐해하는 방식으로 다른 웬수들 캐도 같이 봐주게 되었어요. 헤헤
천애캐가 대상을 모르기 때문에 조금 두루뭉술하게 읽은 부분이 많습니다 ㅋㅋ 이것도 되게 재밌네요.
그래서 타토는 어느 기관으로 갔냐고요? 글쎄요. 나중에 세션을 가보면 정해지지 않을까~ ^ㅇ^~